주영한국문화원(원장 선승혜, 이하 문화원)은 지난 6월 9일(월), 영국 런던의 영국왕립예술학회(Royal Society of Arts)에서 ‘K-컬쳐 포럼: 디지털로, 대담하고, 한국답게(K-Culture Forum: Digitally, Boldly, Korean)’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 문화의 현재 위치를 성찰하고,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로, 영국 현지의 문화예술, 경제, 교육, 콘텐츠 분야 전문가들과 차세대 리더 등 100여 명이 참여해 뜨거운 담론의 장이 펼쳐졌다.
선승혜 문화원장은 이번 포럼의 취지를 “‘K-컬쳐’는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디지털 시대의 문화유산이며, ‘디지털로, 대담하고, 한국답게’라는 방향성을 통해 새로운 문화 강국의 비전을 실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화원의 대표 캠페인 ‘한국 문화, 지금!’과도 맞닿아 있으며, 한국이 디지털 시대의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1부 포럼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한국 문화는 어떻게 탄생하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의 확장성과 가능성에 대한 다각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 선승혜 원장은 한류의 확산 배경을 ‘정서적 유대감(emotional affinity)’이라는 한국 미학의 특성에서 찾았다. 그는 이를 ‘포용성(inclusiveness)’으로 해석하며, 훈민정음이 각자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허용한 정신처럼,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K-컬처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시대의 K-컬처는 이러한 포용성이 정서적 연결을 매개로 확장되는 문화유산이라고 정의하며, 이는 전통과 미래를 잇는 하나의 서사로 융합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협력하여 제작된 실감 콘텐츠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강산에 펼친 풍요로운 세상’, ▲‘VR 반가사유상’, ▲‘VR 석굴암’ 등은 한국 미학의 서정성과 정서적 공감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재현한 사례로, 문화유산이 디지털 시대의 문명사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시도라 평가했다.
이어 핑크퐁 공동 창업자이자 ‘아기상어’ 신드롬을 일으킨 이승규는 콘텐츠 산업의 관점에서 한류의 미래를 조망했다. 유튜브 누적 조회수 1200억 뷰를 기록한 핑크퐁의 성공 전략은 ‘변주성(Variation)’, ‘확장성(Expansion)’, ‘혁신성(Exploration)’으로 요약됐다. 그는 한류 1.0(예술가 중심), 한류 2.0(K-팝·K-콘텐츠 중심)을 넘어 다가올 한류 3.0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플랫폼의 경계를 넘는 K-콘텐츠의 진화를 강조했다. 또한 그는 6월 10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열리는 라종일 강연에서도 관련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다.
한국 철학을 서양 학계에 소개한 최도빈 교수(네덜란드 라이덴대학)는 한국 대중문화의 힘을 ‘역설적 역동성’으로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화가 보편적 가치와 개별적 특수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세계인들에게 공감과 매력을 동시에 선사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자유, 평등, 정의, 민주주의 같은 보편적 가치를 한국적 방식으로 일관되게 구현하려는 지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1부의 사회를 맡은 전 BBC 코리아 편집장 황수민은 “한류는 우연이 아닌 필연의 결과”라며 “이번 포럼은 한국 문화가 가진 잠재력과 방향성을 다층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2부 오픈 포럼에서는 1부에서 제시된 담론을 토대로 보다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 콘텐츠 업계 종사자, 차세대 한류 리더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류가 지속 가능한 이유’, ‘한국 문화의 차별화된 강점’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3부에서는 특별 VR 체험 프로그램 <시간 풍경(Timescape)>이 열려, 참가자들은 디지털로 구현된 한국 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했다. ‘몰입형 한국(Immersive Korea)’ 섹션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제작한 ▲‘왕의 행차’, ▲‘금강산에 오르다’ 등 고전 유산이 VR로 소개됐다. ‘성스러운 공간(Sacred Space)’에서는 문화유산기술연구소와 협력한 ▲<VR 반가사유상: 한 개의 달, 천 개의 강>, ▲<VR 석굴암>이 공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VR 석굴암>은 ‘하나는 모두, 모두는 하나(一卽多·多卽一)’라는 동양철학의 세계관을 디지털로 재현해 철학적 사유와 예술적 몰입을 동시에 유도하는 구성으로 주목받았다. 이 체험은 올해 APEC 개최지인 경주의 상징성을 더해 영국 참가자들의 깊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번 포럼은 디지털 시대에 한국 문화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세계 문화를 새롭게 정의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K-컬쳐 포럼’은 주영한국문화원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녹화본이 공개될 예정이며, 한국 문화의 미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콘텐츠로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