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한국문화원(원장 선승혜, 이하 ‘문화원’)이 영국 런던 버벡대학교(Birkbeck University) 영화 큐레이팅 석사과정과 공동으로 오는 6월 18일부터 7월 9일까지 한국 영화의 미학과 다양성을 소개하는 특별 상영 프로그램 ‘K-Film Academy’를 개최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단순한 영화 상영을 넘어, 차세대 영국 큐레이터들이 한국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기획되었다.
선승혜 원장은 “차세대 영국인들이 한국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선택하는가라는 큐레이팅의 관점은 매우 의미가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한국문화를 새롭게 해석할 때 한국미학은 비로소 보편적 다양성을 가지게 됩니다. 새로운 미래의 한국 문화유산은 바로 다양하게 받아들여지는 포용성으로 확장될 것입니다.”라고 이번 행사에 대한 철학을 전했다. 실제로 이번 프로그램은 버벡대학교의 대학원생들이 직접 주제를 선정하고, 작품을 발굴해 상영 일정을 구성하는 등 큐레이션의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참여해 실질적인 현장 경험을 쌓도록 구성됐다.
‘K-Film Academy’의 올해 상영 주제는 ‘여운(Lingering Fragments)’이다. 이 주제 아래 총 11편의 한국 실험 영화, 다큐멘터리, 아티스트 필름이 런던 현지 관객들과 만난다. 모든 상영은 문화원 내 전용 상영관에서 이루어지며, 작품마다 큐레이터와의 대화 또는 감독과의 만남이 병행되어 관객과의 직접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행사의 첫 문은 6월 18일(수) ‘한옥희 특별전’으로 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의 협력으로 기획된 이 특별전에서는 여성 실험영화 집단 ‘카이두클럽’을 결성하며 한국 영화 운동을 이끌었던 한옥희 감독의 대표작들이 상영된다. 《구멍》(1973), 《중복》(1974), 《색동》(1976), 《무제77-A》(1977), 《님의 침묵》(1991) 등 1970~90년대 한국 실험영화의 중요한 이정표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영국 관객에게 한국 영화의 독립성과 실험성을 생생히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6월 25일(수)에는 광복 80주년과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을 기념하는 상영으로 김량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바다로 가자》(2019)가 선보인다. 실향민 1세대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 세대의 상처와 전후세대의 통일에 대한 고민을 조망하는 이 작품은, 가족의 시선을 통해 분단과 상실의 역사를 사유하게 한다.
7월 2일(수)에는 이영 감독의 《이반검열1》(2005), 박지선 감독의 《마녀들의 카니발》(2024)이 상영되고, 7월 9일(수)에는 김원우 감독의 《세상의 끝에서 적는 시》(2024), 이신애 감독의 《E.T. Phone Home》(2021), 유채정 감독의 《글리스닝 시걸》(2024)이 관객을 만난다. 특히 7월 9일 상영에는 김원우 감독이 직접 런던을 방문해 현지 관객과의 대화(GV)를 통해 작품에 담긴 메시지를 직접 전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은 실험성과 예술성이 강조된 작품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류 영화의 문법을 벗어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형식의 영화들이 영국 관객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한국 영화의 예술적 지평을 확장하고, 한국적 미학이 세계적으로 어떻게 수용되고 해석될 수 있는지를 직접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한편, ‘K-Film Academy’ 공식 상영 외에도 6월 12일(목)에는 킹스칼리지 런던(King’s College London) 및 가든 시네마(Garden Cinema)와의 협력 하에 이해영 감독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이 상영된다. 이 자리에는 킹스칼리지 영화학과 최진희 교수의 인트로가 예정되어 있으며, 최 교수의 저서 『Forever Girls: Necro-cinematics and South Korean Girlhood』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 상영으로 기획되었다. 문화원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킹스칼리지와의 네트워크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K-Film Academy’는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예술성을 세계에 소개하고, 차세대 글로벌 문화 큐레이터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실험적인 시선과 젊은 큐레이터들의 해석이 만나 만들어내는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 영화가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될 것이다.